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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둥이의 생존독서

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지음, 앤의 서재

by 생독TV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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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지음, 앤의 서재

출처 - 교보문고

앤의 서재 인문 교양 시리즈 1권입니다. <어른의 어휘력> 같은 책의 편집이라면 시리즈가 기대됩니다.

 

부제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
지은이 유선경

3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으며,1993년부터 라디오 방송에서 글을 쓰면서 주 5권 이상 책을 읽는 다독가이다. 

다른 저서로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있네요. 다시 한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구성은 이러합니다.

1장 이래서 어휘력이 중요하다.

2장 어휘력을 키우는 필수 조건.

3장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들

4장 어휘를 만나는 즐거움

 

각 장에는 본문에 사용된 낯선 어휘들에 대한 주석이 달려있습니다. 1장은 개론적인 내용이며 2장부터 어휘력에 대한 세부 내용으로 들어갑니다. 어느 장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4장에서 나오는 몇몇 어휘의 어원과 어휘의 확장을 보면 아 하하는 감탄이 나옵니다. 

 

아쉬운 것은 고추에 대한 설명에서 최근 제기되는 <고추 임진왜란 유래설>에 대한 새로운 학술 내용을 참고하지 않은 것입니다.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면 고추는 임진왜란 이전에도 우리 식탁에 있었다. 임진왜란 때 들어온 고추는 남미 쪽 고추와 동남아 고추이다. 뭐 이런 것입니다. )

 

간단하게 정리하기보다는 제가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만 발췌하겠습니다. (    )의 글은 제 생각입니다. 

 

어른의 어휘력이 꼭 필요한 순간들

▶ 말할 때 마땅한 낱말이 자주 생각나지 않는다.

▶ 책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 글쓰기와 토론 능력을 키우고 싶다.

▶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 말귀를 못 알아들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 이놈의 건망증!"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낱말이 떠오르지 않는 걸 두고 사람들이 자꾸 나이 들어 생긴 건망증이라고 하는데 저는 건망증이 아니라 어휘력 부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정곡을 찌른다. 요즘 들어 자꾸 낱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어휘력 부족이다.)

 

인류는 먹고사는 데 노력을 소진하느라 책 읽는 데 쓸 노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책과 무관하게 살았으며 현재도 대체로 그러하다. 대신 그들에게는 우주의 순환과 생명의 생로병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자연이 있었고, 지식과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그에 대한 답을 들려줄 대자연과 지혜로운 노인은 더 이상 곁에 없고 책은 흔하다. 하지만 인생 사용설명서 삼아 읽고 싶어도 세월이 검증했고 내로라하는 이들이 추천한 책치고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다. 무슨 글자인지 알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러기에 아리스토텔레스도 경고하지 않았던가. 품성의 덕 중 그 어떠한 것도 우리 안에서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고. 책을 읽으려면 상당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책을 읽는 행위란 나에게, 내가 사랑하거나 사랑할 이들에게 당도할 시간으로 미리 가 잠깐 사는 것이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이라 당장 이해하기 힘들어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는 모양이군.' 하는 식의 감을 얻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읽으면 좋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못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잊고 살다 어는 순간 찾아옵니다. 이제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된 거지요. 그때 다시 읽으면 기막힌 내 이야기가 됩니다." (위안과 희망을 준다. 그래 일단 읽어보자.)

 

어휘력이 부족하면 지시대명사를 많이 동원하고 활용 범위가 넓은 낱말을 남용한다.(어디서 많이 본 분이 이렇게 말씀을 하셨지)

많은 개수의 낱말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 낱말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으면 고속도로나 유료도로의 톨게이트마다 정차해야 하는 것처럼 어휘력이 부족하면 말이나 글에 지체구간이 생기고 늘어진다. 표현하고 싶은 용어나 낱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것을 설명하느라 정작 하려던 말이나 글을 중단하고 곁가지 서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어휘를 구사해야 하는 이유는 해석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소확행(주석58)

무라카미 하루키는 산문집<랑겔한스 섬의 오후>에서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거 ㄴ어쩌면 나만의 특수한 사고체계인지도 모르겠다.'라고 썼고 여기에서 나온 우리나라 2018년 트렌드 신조어가 '소확행'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확고한'이 '확실한'으로 바뀌어 쓰였다. 

 

어휘력은 문장을 낱말로, 서술을 명사나 형용사로 줄이는 기술이기도 하다. 

맞춤한 낱말을 구사하면 불필요한 곁가지 서술을 줄여 효율적인 뿐 아니라 그 낱말을 디딤돌 삼아하려는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자유자재로 발전시킬 수 있다. 단순히 이름만 아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아는 것이다.

 

말의 힘은 말하는 사람의 인격으로 획득된다. 인격은 연출이 불가능하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생각이 언어를 바꾸기도 하지만 언어도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어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졌다. 영혼을 베는 말과 일으키는 말,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거친 언어에 거친 행동이 나오고 고운 언어에 고운 행동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

 

조지 오웰

"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

 

"책 많이 읽으세요."라는 말보다 "맞춤법과 기본 문법부터 익히세요." (왜 이리 찔리냐. 맞춤법 검사 안 돌리면 기본적인 띄어쓰기도 많이 틀린다.)

 

틀린 맞춤법, 뜻과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흐리멍덩한 문장을 쓴 문자 메시지는 성질 돋우는 데 아주 그만이다. 그것들은 과격하게 말해 글자 쓰레기다. ( 이쯤 하면 얼굴이 울구락불구락 해진다. 그래 블로그 하면서 맞춤법과 어법에 맞는 표현을 가다듬어야겠다. 지은이가 날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

 

우리말은 형용사와 동사가 잘 발달해 구태여 피동형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 믿기지 않는다. 불리워진다,열려지지 않는다, 보여진다, 믿겨지지 않는다, 불리워진다, 열려지지 않는다, 보여진다, 바뀌어지다 등은 믿기다, 불리다, 열리다, 보이다, 바뀌다 등의 피동사로서 이미 주어나 목적어가 당한 상태에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독서량 166위, 이 수치는 무엇을 가리킬까. 한국 학생 열 명 중 세 명은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인 열에 일곱은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몰라 실질 문맹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은 도서뿐 아니라 SNS 활동에도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스는 편이 아니다. 여전히 TV를 오래 봐서 하루 3시간 2분가량이며 스마트폰 사용 시간인 1시간 54분 29초를 월등히 앞선다. 

 

흥미로운 사실은 독서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답이다. 2년 전만 해도 '시간이 없어서'라고 대답한 성인이 가장 많았으나 이번에는 '책 이외 다른 콘텐츠 이용'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글자가 기호라면 글은 상징이다. 글자를 읽는 것과 글을 읽는 것은 다른 차원에 있다. 저자도, 독자도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글자가 아닌 글을 읽는 것,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기대고 있는 콘텍스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에만 집중하면 자칫 오독이 나올 수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적당한 어휘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시작을 할 때는 어떻게 써야 할지 알았지만 제멋대로 떠오르는 어휘들이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윤곽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영혼도 따라 변하고 나는 걷잡을 수가 없었다."

 

사람은 머리로 안다 해도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변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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